
아이 학교에서 자원봉사 요청 문자가 왔을 때, 흔쾌히 참여하시는 분도 있지만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더군요. 최근 6년간 100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통계를 접하고 나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모 교육참여가 가져오는 실제 효과
학부모 교육참여(Parental Involvement)란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자녀의 성장을 위해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활동 전반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교육참여란 단순히 학교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양육행동, 가정학습 지원, 자원봉사, 의사소통, 의사결정 참여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실제로 학부모의 적극적인 학교 참여는 아동·청소년의 학업 성취도와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더 흥미로운 점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자녀의 학업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교육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학창시절 어머니가 육성회장을 지내시며 학교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셨는데, 솔직히 그 영향으로 공부에 더 집중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학부모 교육참여의 긍정적 효과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교육기부를 통한 학교교육 지원과 자녀와의 의사소통 증진
- 학부모 교육을 통한 자녀교육 역량 강화 및 개인 성장
- 학교와의 교류·소통을 통한 상호 이해도 향상
- 학교운영 주체로서의 민주적 참여 의식 고취
현재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제 경험상, 자원봉사 형태의 학부모 참여는 실제로 효과적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책에 커버를 씌우는 단순한 봉사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서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겼고 아들도 도서관에 더 자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참여는 부담 없으면서도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학교 참여 덕분에 선생님들이 저를 우호적으로 대해주셨고, 이는 성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의 질투와 불편한 시선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학부모의 학교 개입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리 있었던 겁니다.
괴물학부모 현상과 건강한 참여의 경계
일반적으로 학부모의 교육 열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제 경험상 이것이 과도해지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유래한 '괴물학부모(Monster Parents)'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괴물학부모란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를 지칭합니다.
충격적인 통계가 있습니다. 최근 6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명에 달한다는 집계입니다(출처: 교육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1주기 추도식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이는 학부모의 교육 참여가 열정을 넘어 병적인 집착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인데, 어떻게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지경까지 갔을까요? 제 생각엔 한국 특유의 '학부모 참여 = 자녀 특혜'라는 왜곡된 구조가 근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영화 '친구'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학교에 열심히 나오는 부모의 자녀가 특별 대우를 받는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으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된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호주에서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대부분 자율적 자원봉사 형태입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참여하고, 아니면 괜찮습니다. 참여한다고 해서 내 아이가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스템 차이가 극성 학부모 발생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고 봅니다.
건강한 학부모 교육참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 개별 교사가 아닌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
- 비이성적 요구에 대한 법적 경계 설정 및 처벌 규정 마련
- 학부모 참여가 특정 학생 특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구축
- 자원봉사 중심의 자율적 참여 문화 정착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진정한 교육 파트너십(Educational Partnership)을 구축하려면, 학부모는 손님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파트너십이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의 성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참여할 때 '내 아이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모두의 성장'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학부모의 긍정적인 학교 참여는 분명 우리 교육이 살 길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오히려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는 독이 됩니다.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학교에 관심을 갖되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참여하되 자녀에게 특혜를 기대하지 않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호주에서 지켜본 자율적이고 평등한 학부모 참여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교사도, 학부모도, 무엇보다 아이들도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546